토지공개념 도입, 사유재산제 무너질까?2018-03-23   4,340   63
  • 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가 소득불평등이라든지 양극화라든지 이런 걸 수정해가면서 왔는데 너무 과격하게 함으로써 체계 자체가 사회주의 체제로 갈 우려가 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들어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 군데도 없다. 토지 공개념이 적용되면 자유 시장경제의 근간인 재산권 보장이 위축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것”

    -익명 요구한 재계 관계자 <조선일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는데요. 해당 개헌안은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행 헌법 122조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기존의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현행 헌법 122조에 항목을 추가한 겁니다. 

    언뜻 봐서는 추가된 법조항이 기존의 항목과 크게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국토’가 ‘토지’라는 표현으로 바뀌었고,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에서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로 바꾼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전자는 국가가 주도하는 토지 개발 사업의 뉘앙스가 강하다면 후자는 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강조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표현을 바꾸면서, 그동안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토지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 과세 강화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조 수석은 “한정된 자원인 토지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수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먼저, <조선일보>는 ‘토지공개념, 처음으로 헌법에 명시… 학계 “사유재산제 근간 흔들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비판했습니다. 기사는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땅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 사유재산제와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역시 반발했습니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겉은 오렌지 색이면서 속은 빨간 ‘자몽 헌법의 본편’”이라며 “겉은 아닌 척 포장했지만 속은 아주 벌겋다. 그것도 이것저것 붙여 놓은 누더기 자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마디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되면 사유재산제도가 붕괴되는 걸까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제를 위협할까?

    “한 달에 2000만 원의 이익을 내는 중소기업이 1500만 원을 임대료에 내고 나머지 500만 원만 사실상의 그 이익으로 남는다 라는 이런 지대경제 현실, 이것을 개선하지 않고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살고 있던 매매가 3억원 아파트 옆에 전철역이 새로 생기면서 매매가가 6억원으로 치솟았다면 시세 차액인 3억원을 개인이 온전하게 가져가는 것이 맞을까?”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제도를 위협한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습니다. 사유재산제도는 개인의 노력으로 만든 가치와 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보장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토지는 우리가 받는 월급이나 소득과 다릅니다. 노동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득은 노동이나 생산과 무관한 ‘불로소득’입니다.

    이 때문에 토지공개념의 주창자인 헨리 조지는 토지 가격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헨리 조지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노동 소득과 개인 재산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현 정부 역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개인의 토지소유를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토지소유를 통한 불로소득 추구를 제한하려는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노력소득을 더 보장하고 불로소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유재산제를 위협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사유재산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생산수단과 개인의 재산에 대한 사유를 절대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오래된 환상일 뿐입니다. 법률용어사전 사유재산제에 대해 “20세기 이후에는 독점적인 기업시설이나 생산수단에 대해 어느 정도 소유권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재산의 집중이 생겼고,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사유재산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한국은 제헌헌법에서부터 재산권을 사회적 필요에 따라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토지공개념 법 조항이 처음 소개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인 제3공화국 헌법(1962년)입니다. 3공화국 헌법 114조는 “국가는 농지와 산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조항은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에서 다시 한 번 계승·발전됩니다. 유신헌법 119조는 “국가는 농지와 산지 기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헌법 122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된 사례는 없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된 사례가 없다는 이야기도 틀렸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헌법’입니다. 대만 헌법은 142조에 ‘평균지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외에 머물때 헨리 조지의 경제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쑨원은 삼민주의를 제창하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균지권을 주장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평균지권을 통해 도시의 토지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사람들이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것을 방지하고, 토지 소유의 균등화를 꾀했습니다. 대만 헌법은 또 143조에서 노동과 자본에 의하지 않는 토지가격 증가분은 조세로 징수하여 인민이 함께 향유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대만 외에도 토지를 공적 목적으로 쓸 수 있게 제한을 둔 국가로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를 등 4개국 법에 토지공개념 규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에서는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시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며, 시장경제를 와해시킬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도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위배되는 개념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태우 정부 시절 제정된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 모두 험로를 걸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선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토지공개념을 완전히 부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199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위헌심판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우리의 협소한 국토현실과 공익목적상 택지의 소유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소유상한으로 정한 200평은 너무 적은 면적일 뿐만 아니라 일률적으로 이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지공개념은 인정하지만 제한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기득권의 공격으로 2004년부터 부과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개헌안에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문항을 수정한 정부가 위헌 논란 없이, 반대 여론을 뚫고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토지소유를 통한 불로소득 추구를 제한할 수 있을까요? 왜곡된 부동산 시장은 개선될 수 있을까요? 청소년들마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며 자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과연 새로운 헌법안이 바꿀 수 있을까요?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출처> 한겨례 뉴스 - 원글보기






8 Comments

  • 대연롯데캐슬레전드ㆍ트레싱
    북한이 못사는군 사유재산제가 없어서라기 보다 핵문제 때문에 정치적 경제적 고립 때문인가요 같은데요
    2018-10-25 09:01:43

  • 위례롯데캐슬ㆍDavid
    한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공개념은 틀린 해결 방법 이라고 생각해요
    2018-07-11 20:50:32

  • 서울역센트럴자이ㆍ챨리브라운
    이미 한국은 갑-을, 금수저-은수저를 가르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로 일부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삶이 유지되는 체제가 되었으니, 북유럽 방식으로 많은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8-06-20 22:08:44

  • 탈퇴한 회원입니다.
    쯪쯪
    2018-05-15 22:41:18

  • 탈퇴한 회원입니다.
    taco님 말씀 맞습니다 사유재산제 무너지면 북한과 다를게 무엇입니까 북한이 잘살고 있습니까?
    2018-05-15 10:46:03

  • 월배2차아이파크ㆍ칼라
    통일비용거론하시는데 분단비용이 더 장기적으로 많이 든다는 생각은 안하시나요 그리고 양극화는 시급히 해결될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갑질보세요 양극화에서 오는 재벌들의 만행을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으로 우리사회가 이렇게 피폐되엇지않습니까
    2018-05-09 10:23:40

  • 위시티블루밍3단지ㆍ사람
    사유재산은 오히려 더 보호 해주는게 토지공개념이라고요? 과연 문재인 정부가 그럴 마음이 있을까요? 멀쩡히 세금 잘 내면서 성실하게 사업하고 있는 기업들에 하루가 머다하고 찾아와서 들쑤시고들 다니면서 꼬투리잡고 돈 뜯어가는 것에 혈안이 돼있는데 사유재산을 존중한다는 개소릴랑 집어치우세요. 요즘 매출 좀 나오는 기업들은 성실히 세금 납부했어도 계속 모가지잡고 흔들어 대는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사회양극화를 해소 한다네 어쩌네 귀에 듣기만 좋은 소리 해대면서 정작 행동은 공산주의 짓거리 그대로 해대고 있는게 문재인 정부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가관이겠지요. 연방제통일도 하면 북에 갖다바쳐야 할 돈이 어마어마한데 어떻게든 국민들 주머니 털어야죠.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달콤한 소리에 넘어가서 물개박수 쳐대는 순간 말 그대로 개돼지 민중 되는겁니다.
    2018-04-26 07:27:36

  • 월배2차아이파크ㆍ칼라
    세계경제 9위의 위상에 맡게 국민들 개개인이 잘살고 있는지 행복지수 또한 높는지 양극화현상이 극도로 재벌 사회에 솔려 있습니다~ 조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8-04-09 20:57:35